현대문명과 동물 3

 

글 / 임동주

마야무역 대표. 수의사


현대 문명이 발전하고,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다수 동물은 숲은 물론 인간이 사는 도시에서도 쫓겨났다. 이들은 인간의 발길이 드문 오지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동물 보호구역 혹은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다.

인간이 살지 않는 바다 속 동물들도 인간의 지나친 남획으로 인해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들어, 보호받지 않으면 멸종 위기에 처할 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인 동물들의 위기 속에서 도리어 인간의 보호를 받고, 살아가는 동물도 있다. 또 인간의 필요성에 의해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동물도 있다. 이들이 바로 반려동물과 산업동물이다.

개와 고양이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다. 반려伴侶)라는 말은 평생의 동반자가 된다는 말로, 오랫동안 부부 사이에 사용되던 말이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 동물 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92가 애완동물pet)이란 말 대신 생을 함께하는 동물 즉,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인식하자는 취지로 사용을 제안했다.

인간의 장난감인 애완동물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란 의미로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귀엽고 앙증맞지만 집도 잘 지키는 치와와. 사진 필자제공
귀엽고 앙증맞지만 집도 잘 지키는 치와와. 사진 필자제공

단순히 명칭의 변경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었기에, 반려동물이란 단어가 널리 사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발달하고 물질이 풍요로워졌지만, 도시인들은 점점 이웃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각박한 도시 생활을 하면서, 이웃과 왕래도 끊겼다. 가족이 해체되어 핵가족은 물론 심지어 1인 가구도 탄생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는, 정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존재로 반려동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지만, 동물은 항상 천성 그대로이며 가식이 없고 순수하다.

사람은 동물과 접함으로써, 상실되어가는 인간 본연의 따뜻한 마음을 되찾으려고 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동물을 곁에 두고 키우고 있다.

개, 고양이, 승마용 말, 카나리아와 같은 조류, 금붕어를 비롯해 디스커스나 엔젤피시와 같은 관상어, 뱀, 도마뱀, 악어, 거북, 개구리, 도룡뇽 등의 파충류와 양서류 등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 동물들을 반려동물로 부르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다. 키우는 당사자들이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대표하는 개의 경우에도,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식용으로 생각한다. 어떻든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반려동물의 범위는 변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약 457만으로 전체 가구의 21.8%에 해당된다. 현재 약 1천만 명으로 추정되는 반려동물 사육 인구는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계속 늘어날 것으로 사료된다.

농협경제연구소 분석 결과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천억 원, 2016년 2조 2천 9백억 원, 2020년에는 약 5조 8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노인의 신체,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좀 더 건강해지는 현상을 ‘반려동물 효과Companion animal effect)’라고 한다. 특히 개와 함께 생활할 때 두드러진다.

미국 미주리대 연구팀이 2016년에 발표한 자료에는 개를 기르는 60세 이상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등 주요 건강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인은 일상적인 밥 주기나 산책, 놀아주기와 같은 신체 활동을 통해 신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영국 퀸스대 동물행동학 연구소의 웰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우울증을 적게 느낀다고 한다. 일부 지방자치 단체는 ‘반려동물 돌보미 양성’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도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 산업은 노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노인. 인간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 좀 더 건강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진 필자제공
반려동물과 노인. 인간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 좀 더 건강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진 필자제공

반려동물의 증가와 더불어 이제 반려동물의 건강도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아픔이나 죽음은 보호자에게는 가족의 아픔이나 죽음처럼 커다란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각종 질병에 대한 예방과 위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건강이 중요해지면서, 동물병원을 찾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가하자 2013년 1월부터 반려동물등록제도가 실시되었다. 개를 소유한 사람들은 반드시 시, 군, 구청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간이 사육하는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가하는 반면 버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유기견이 그것이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개나 고양이는 결국 야생으로 돌아가 살게 되는데, 이들은 자연 생태를 파괴하기 마련이다.

북한산 등 서울 인근의 산에 버림받은 개들이 등산로에 불쑥 나타나 사람을 위협하고, 버려진 고양이들은 숲에 있는 다람쥐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새로운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유명무실한 반려동물등록제를 보다 엄격히 시행하고,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을 동물학대죄로 더욱 강력히 처벌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반려동물이 늘어갈수록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보다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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