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동물 6

 

글 / 임동주

마야무역 대표. 수의사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속담이 있다. 사위는 처갓집에서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존재임을 뜻하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위가 처가에 가면, 장모님이 처음으로 대접해주신 음식이 닭백숙인 경우가 많았다.

닭은 농가에서 몇 마리씩 키우는 가축이기는 하지만, 늘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사위처럼 귀한 손님이 올 때만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했던 것이다.

닭이 귀했기 때문에, 요즘 프라이드치킨처럼 살코기만 먹는 경우는 드물었다. 닭을 솥에 넣고, 밤, 대추, 인삼 그리고 닭 안에 쌀까지 넣어 끓이는 닭백숙이 가장 일반적인 닭 요리법이었다. 닭고기에서 우러나온 육수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어야만, 닭 한 마리로 여러 사람이 식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개봉되어 4백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는 외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도시에 살던 어린 상우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산골에 홀로 사는 외할머니에게 맡겨진다. 말도 어눌하고, 상우의 말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는 손주에게 닭백숙을 끓여준다.

하지만 손주는 닭백숙이 아닌 프라이드치킨을 사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영화는 이를 통해 손주와 할머니의 세대차를 보여주었다. 물론 상우는 차츰 할머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어간다. 닭백숙에서 프라이드치킨으로 닭고기 소비 형태가 달라진 것은 새로운 조리법이 알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간식이 된 치킨은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사진 필자제공
국민간식이 된 치킨은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사진 필자제공

필자와 함께 치킨 맥주를 즐기던 지인 한 사람이 닭고기에 얽힌 자신의 추억을 이렇게 말해주었다.

40년 전 그 사람의 집 달력에 매달 25일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날이 아버지의 월급날이었기 때문이다. 월급날이면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전기구이 통닭을 사가지고 오시는데, 전기구이 통닭은 당시에는 매우 특별한 음식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 고기를 먹다보니 겨우 한두 점만 먹고 그치기도 했지만, 한 달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요즘처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치킨보다 그때 먹던 통닭 맛이 그립다고 했다. 필자 역시 그 시절 통닭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먹기 어려웠던 닭고기를 요즘처럼 쉽게 먹게 되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닌가.

미국의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임기:1929~1933년)는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 ‘모든 냄비에 닭고기를, 모든 차고에 자동차를 약속한다(I will promise you a chicken in every pot and a car in every garage)’라는 구호를 외치며 유세장을 누벼 당선된 인물이다.

이런 공약이 나올 당시 미국의 닭고기 소비량은 지금에 비해 보잘 것이 없었다. 식탁 위 닭고기 한 마리가 풍요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1인당 한 해에 무려 44.6㎏의 닭고기를 소비했다 한다. 이렇게 닭고기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기업형 축산이 시작되고, 양계 기술이 발달했고, 닭의 성장을 촉진하는 사료가 대량 공급되었지만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닭의 전염병을 막는 수의학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닭고기 소비량은 100년간 약 10배가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보다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1970년대에 닭고기는 노인들이나 집안 어른들이 드시는 특별한 보양식이었고, 아이들은 겨우 한입 맛보는 수준이었지만,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길거리 간식에 불과하게 되었다. TV를 틀면 수시로 치킨 광고를 볼 수 있고, 거리마다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치킨은 이제 국민간식이란 호칭을 부여받았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나 시골 전국 곳곳의 식당에서 닭백숙, 닭볶음탕, 닭칼국수, 닭갈비, 안동찜닭, 닭강정 등 다양한 닭요리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오랫동안 귀하게 여겨져 왔던 닭고기가 어떻게 국민간식이 되었고, 돼지고기와 함께 인류가 가장 많이 먹는 육류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2014년 농수산식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만여 가구가 닭을 키우고 있는데, 닭의 총 숫자는 무려 1억5641만 마리라고 한다. 1가구당 평균 약 5천 마리를 키우는 셈이다. 치킨 집에서는 한 달 정도 자란 1.5㎏ 미만의 육계를 주로 소비하는 만큼, 5천만 한국인이 1년간 잡아먹는 닭의 숫자는 무려 6억 마리, 1인당 12마리를 먹는 셈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3배 이상 소비를 하는 만큼, 3억 미국인이 매해 먹는 닭 소비량은 한국의 18배 즉 100억 마리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수백억 마리의 닭이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2010년 한국의 농림업 상위 10개 상품 가운데 1위는 쌀로 겨우 15.6%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2위부터 7위까지는 돼지 12.2%, 한우 10.5%, 닭 4.9%, 우유 3.9%, 계란 3.1%, 오리 3.0% 등 모두 축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축산업생산액은 17조 5천억 원으로, 전체 농업생산액의 42%를 차지할 만큼 이제 농업은 축산업으로 확실히 변모하고 있다. 2000년 대비 10년 만에 축산분야가 2.2배가 성장하여, 농촌을 이끌어가는 성장 산업이 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드디어 연간 쌀 생산액 6조 4570억 원보다 돼지고기 생산액이 더 많은 6조 7700억 원을 기록했다. 서로 순위가 바뀌는 한국 농업사의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쌀의 비중이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축산물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은 89.7㎏, 아르헨티나 85.4㎏ 순인데, 우리는 아직 5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 3대 고기를 제외한 오리, 양, 칠면조, 타조 고기 등의 소비량은 아직 미미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축산업 역시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닭은 달걀과 고기 두 가지를 제공하고 있어, 2010년 현재 농업생산의 8%나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농가에서 부업으로 닭 몇 마리를 키우고, 달걀 3〜4개를 매일 거둬들이는 과거의 닭 키우기가 아닌 것이다.

양계 농가가 5천 마리를 키우려면, 우선 닭장의 규모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과거 농가에서는 닭을 집 마당에 풀어놓고 방목하듯이 키웠지만 지금 그렇게 키워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닭을 대량으로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선진화된 유럽 양계방식의 도입 때문이다. 브로일러는 부화 후 30일간 키워 몸무게 1.5kg 정도에서 출하시키는 육계를 말한다. 유럽에서 도입된 브로일러 양계 방식은 전자동으로 고단백질의 배합사료와 물을 급여해주며 사육한다.

우리나라는 40-50년 전부터 본격 도입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거의 모든 농가에 퍼졌다. 이렇게 자동화된 방식으로 닭을 키우면 혼자서 1~2만 마리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다.

닭은 육류 중에서 생산비가 가장 저렴하므로, 서민들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대중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브로일러는 주로 프라이드치킨용으로 소비된다.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되어 값싸게 치킨 집으로 공급되는 브로일러 덕분에 사람들은 싼 가격에 닭을 먹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상품의 가격은 오르고 있다. 원자재나 인건비의 상승 탓인지 수십 년간 물가는 끝없이 올라왔다. 그런데 축산물은 다른 물가와 달리 심각하게 오른 것은 아니다.

1975년과 2010년 물가를 비교해보자.

자료 필자제공
자료 필자제공

35년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9.1배임에 비해, 닭고기, 달걀, 돼지고기 등은 불과 6배 정도 올라 다른 물가에 비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축산물끼리 비교를 한다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소고기로 무려 28.7배가 올랐다.

소고기가 다른 육류보다 많이 오른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우선 사료가격 상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육류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제역 등 무서운 질병 탓에 대규모로 폐사하는 경우도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 닭이나 돼지는 각종 전염병의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 걸핏하면 전염병에 걸려 모조리 폐사하기 십상이었다.

축산물의 소비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닭고기나 돼지고기의 가격이 적게 오른 것은 그만큼 가축 질병을 다루는 수의학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2014년 우리나라의 1인당 달걀 소비량은 254개로, 3일에 2개 소비하는 셈이다. 달걀은 프라이나 계란찜으로 직접 소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빵, 과자 등의 원료로 쓰이는 것이 훨씬 많다. 수요에 비해 달걀 생산이 부족하여 가격이 대폭 오르면, 빵, 과자 등의 가격도 폭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달걀은 꾸준히 낮은 가격을 유지해 왔다.

브로일러의 경우도 그렇다. 하지만 값싸게 달걀을 생산하는 양계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닭을 방사하지 않고, 좁은 닭장 안에서 키우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달걀 생산이 급증한 것은 수의학의 발전과 사육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필자제공
달걀 생산이 급증한 것은 수의학의 발전과 사육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필자제공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닭이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오밀조밀한 닭장 안에서 한 마리의 닭이라도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모든 닭들이 순식간에 감염된다.

닭도 생활공간이 좁으면, 운동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철저한 예방이 절대적이다. 병이 돌더라도 재빨리 대처하여 폐사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가축 전염병이 돌면, 대량으로 닭을 생산하던 대규모 양계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벼나 밀에 해충이 생기면 농약을 뿌리고, 잡초가 무성해지면 제초제를 살포하면 되지만, 동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소, 돼지, 닭, 양 등 가축은 살아 있는 복잡한 생명체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기묘묘한 신체 구조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우선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해야 하고 아프면 원인을 파악해 치료를 하거나 위험한 전염병일 경우, 소각 또는 매몰을 해야 한다.

수의학의 발달로 인해 닭의 질병을 예방하고 처치해 준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 생산이 가능할 수 있었다. 닭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즐겨 먹는 프라이드치킨은 구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닭고기는 부자들이나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닭의 치명적인 전염병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대량생산이 가능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닭고기와 달걀 값이 기타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해진 것이다.

대규모로 닭을 사육하는 것이 닭의 성장 환경에 나쁘고, 다량의 약물과 인공 배합사료로 인해 품질이 조악한 닭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물론 닭을 산이나 논밭에 방사하는 것이 질병 예방에 좋고 고기나 달걀의 품질을 높인다. 하지만 산악지역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좁은 땅에서 방목만을 고집한다면, 산림이 황폐화될 수 도 있고 분뇨로 인해, 상수원 오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닭고기는 현재 가격의 몇 배가 되어야 하고 달걀 값도 많이 올라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서민들은 닭고기나 달걀을 저렴하게 먹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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