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문화행사들, 상업적 짙어…반려인들 소외"
"반려인·대중이 주인공인 문화 콘텐츠 만들 것"

장인보 감독. 사진 Art&Culture
장인보 감독. 사진 Art&Culture

장인보 감독(Art&Culture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중예술가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뮤지컬 갈라쇼 연출, 서울동물영화제·한강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울국제문화축제 총감독, 제5회 한국동물영화제 집행위원장, 2018문화예술대상 감독상 등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잘 나가는’ 그가 요즘 반려동물 분야에 소위 ‘꽃혔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증가하며 반려동물 문화산업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1500만 반려인들은 문화 향유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변질된 상업문화의 들러리로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그가 반려인과 반려견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비반려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만들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전문언론 ‘펫헬스’가 만난 장인보 감독은 매듭과 풀림이 분명한 소위 ‘선이 굵은’ 사람이다. 큰 줄기를 잡으면 흐지부지하지 않는다. 반면 여리디여린 면도 있다. ‘잘 나가는’ 그가 ‘돈 안 되는’ 반려동물 분야에 뛰어든 것도 그의 성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펫헬스는 지난달 25일 경기 하남미사CGV에서 장인보 감독을 만나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진단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감독님은 평창올림픽 갈라쇼 연출, 한강국제영화제 등 한류 문화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뤘습니다. ‘반려동물’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어요. 강아지, 돼지, 소 등 동물이 항상 제 옆에 있었죠. 제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 돼지, 소 농장을 하시던 시골의 외가댁에서 살았어요. 동물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생명의 소중함, 동물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득하게 됐죠.

이후 학창 시절 동물들이 버려지고 학대당하는 상황을 보게 목격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크게 충격을 받았죠. ‘저 아이(동물)를 어떻게 돕지?’ 걱정하다가 가까운 구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14일이 지나면 안락사 된다’는 말을 듣고 ‘내 신고가 저 아이가 더 빨리 죽이는 행동이 아닐까?’, ‘좋은 일이지만 좋은 일이 아니지 않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청년기를 지나고 나서 ‘어떻게 하면 유기동물이나 힘든 상황에 있는 동물들을 도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고, 그래서 동물보호단체에 찾아가게 됐죠. 그곳에서 강아지들 똥 치우고, 밥을 주고, 목욕시켜주는 등 봉사활동을 했어요.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버려진 아이들을 나의 에너지로 케어해주고 안아준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죠.

그러던 중 제가 강아지 똥 치우는 모습을 보시던 한 어르신께서 ‘무슨 일 하는 사람이야?’하고 물으시더군요. ‘예술감독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외모가 봉사활동을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라고 하시더군요.

또 다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주위의 한 분이 그 어르신과 똑같은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제 직업을 말씀드렸더니 그분 말씀이 ‘봉사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 봉사활동이나 동물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좋은 캠페인이나 행사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내 달란트를 좋은 일에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제가 하는 문화행사와 반려동물 분야를 융합하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 한강변에서 서울동물영화제를 시작했죠. 이후 반려동물 페스티벌, 도그쇼, 펫션쇼 등을 진행하면서 ‘동물보호’ 관련 일에 후원을 하고, 많은 사람에게 ‘동물보호’에 대해 알리는 일들을 했어요.

저는 많은 분들과 함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학대당하거나 어려운 상황의 놓인 동물들이 없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해요. 그런 바람 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 Art&Culture
사진 Art&Culture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펫휴머니제이션’으로 대표되는 반려동물 문화 또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감독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반면에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단계로 접어들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성숙한 반려문화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지며 여유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겠죠. 또 요즘은 결혼을 늦게 하고, 혼자 살고,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고, 반려동물도 입양하기 쉽죠. 이러한 기본적인 문화의 흐름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매스컴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죠. 예를 들어 ‘개는 훌륭하다’, ‘동물농장’ 등 좋은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반려동물 양육이 대중화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반려동물 양육문화가 무분별하게 상업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죠. 공장으로 찍어내듯 강아지는 태어나고, 입양 후 케어가 안 되니까 버리게 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요.

그렇다고 ‘유기동물만 입양해야 한다’는 것도, ‘동물판매 자체가 문제 있다’는 것도 올바른 문제 접근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바른 입양’이 중요합니다. 입양하는 순간부터 본인이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바른 입양’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방송이나 언론, 각종 문화 콘텐츠들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반려동물과 관련한 페스티벌을 기획할 때면 굉장히 조심러워요.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인 만큼, 자칫 행사가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다 보면 오히려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하고 쉽게 버리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거든요.

언론과 매스컴은 물론 각종 페스티벌이나 행사의 기획방향은 ‘바른 입양’을 위한 올바른 교육문화 확산이라고 생각해요.

양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사실 많은 반려인들이 모르고 있어요. 현재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반려인을 대상으로 한 입양, 케어 등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경기도의 한 유기동물 복지센터를 찾은 장인보 감독. 사진 Art&Culture
경기도의 한 유기동물 복지센터를 찾은 장인보 감독. 사진 Art&Culture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가 부족할 뿐 아니라, 상업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감독의 견해와 올바른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반려동물 페스티벌 등 문화 콘텐츠가 주최자 중심의 일방통행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려동물 문화 행사가 개인이나 단체 등 일명 ‘패밀리’ 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셈이죠. 당연히 반려동물 문화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일반 대중들이나 반려인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죠.

물론 예술 영화나 예술 공연을 할 때는 관객들이 많이 오지 않더라도 ‘예술의 작품성’이라는 가치를 우선 시 할 수 있죠.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대중들과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려동물 페스티벌이나 도그쇼, 반려동물 영화제들은 관객들이 주체로서 참여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반려동물 관련 문화 콘텐츠를 기획·개발하는 문화예술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반려동물 시장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반려동물 문화행사를 기획·운영하는 센터나 협회, 조합들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우수한 장점들을 부각시켜 자신들만의 뚜렷한 컬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산영화제, 부천영화제, 전주영화제 등 다양한 컬러의 영화제들이 존재하듯 말이죠.

페스티벌이든 콘텐츠든 운영 주체가 자신들만의 컬러를 통해 대중들과 반려인들에게 어필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행사 부피만 키우다 보면 내실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을 맞게 되죠.

대한민국은 문화 콘텐츠 강국이에요.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는 출시되기만 하면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하고 해외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최고죠. 이러한 점에서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또한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 Art&Culture
사진 Art&Culture

반려동물과 관련해 감독님께서 계획하시는 사업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고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힘든 상황에서도 반려생활을 이어가거나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분들도 우리 주위에 꽤 많아요. 그런 분들을 더욱더 발굴해 조명하고 이를 많은 사람이 공유한다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반려동물영화제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기존의 반려동물영화제 보다 관객들에게 더 재미를 주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려고 해요. 반려동물영화제가 영화를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영화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반려인들을 포함해) 영화인들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을 찍고 편집해서 영화제에 참여하는 방식이 있죠.

지금은 훈련사 뿐 아니라 동물매개치료와 심리상담 전문가, 수의사 등 반려생활과 관련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고, 부딪히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분들로부터 제가 생각하는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보다 많은 반려인,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구체적인 콘텐츠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김진강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펫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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